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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터 플레처 감독의 고스팅은 2023년 4월 애플 TV+에서 공개된 액션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크리스 에반스와 아나 드 아르마스가 주연을 맡았고, 제목처럼 첨 데이트 후 연락이 끊긴 상대를 찾아갔다가 상상도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두 주인공의 티격태격하는 케미와 눈이 즐거운 화면 덕분에 부담 없이 재밌게 봤습니다. 이 글에서는 등장인물, 영화의 배경, 그리고 나이브스 아웃 콤비의 재회라는 세 가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 영화 중반부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지만, 결말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등장인물, 티격태격 케미와 눈호강


크리스 에반스가 연기한 콜은 농장을 운영하는 평범한 남자입니다. 연애에서는 조금 집착이 있고, 감정 표현도 솔직한 편이죠. 아나 드 아르마스가 연기한 새디는 일 때문에 해외를 자주 오가는 여성인데, 알고 보니 CIA 요원이었습니다. 예고편에서도 드러나는 이 설정 덕분에, 평범한 농부와 비밀 요원이라는 정반대 조합이 만들어집니다. 성격도, 사는 세계도 다른 두 사람이라 만날 때마다 불꽃이 튀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두 사람의 티격태격입니다. 총알이 날아다니는 상황에서도 콜은 연락을 왜 안 받았느냐고 따지고, 새디는 그런 콜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봅니다. 보통 액션 영화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구하는데, 여기서는 역할이 바뀌어 있어서 더 웃기고 신선했습니다. 허둥대는 콜과 덕덤하게 적을 제압하는 새디가 나란히 있는 장면마다 대비가 분명해서 자꼬 웃음이 났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두 배우의 비주얼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캐주얼한 농부 차림의 크리스 에반스와 매 장면 세련된 액션을 보여 주는 아나 드 아르마스가 한 화면에 잡힐 때마다 눈이 즐거웠습니다. 줄거리가 조금 느슨한 부분이 있어도 끝까지 집중하게 된 데에는 이 눈호강이 한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워싱턴에서 파키스탄까지, 영화 배경


이야기는 미국 워싱턴 D.C.의 한 농산물 장터에서 시작됩니다. 콜과 새디는 이곳에서 우연히 만나 가벼운 말다툼을 벌이다가, 결국 밤새 도시를 걸으며 데이트를 즐깁니다. 이 초반부는 영락없는 로맨틱 코미디라 설렘까지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부터 새디가 메시지에 답을 하지 않고, 제목처럼 '고스팅'을 당했다고 생각한 콜은 그녀를 놀래쿠려 런던으로 떠납니다.
여기서부터 영화의 분위기가 한꺼번에 바뀝니다. 런던에 도착한 콜은 느닷없이 납치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파키스탄의 험난한 산악 지대에 와 있습니다. 악당들이 콜을 전설적인 CIA 요원 '택스맨'으로 착각했기 때문입니다. 러브라인을 찾아 떠난 여행이 한순간에 생존기로 바뀌는 이 전환이 어이없으면서도 재밌었습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나라와 도시를 옮겨 다니며 추격전을 벌입니다. 장면마다 배경이 바뀌니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 없고, 여행 영화를 보는 듯한 재미도 있습니다. 다만 액션 장면이 여기저기서 빠르게 이어지다 보니 각 장소의 분위기를 충분히 즐기기에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농산물 장터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세계를 누비는 스파이 액션으로 커지는 규모감은 확실히 볼만했고, 그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나이브스 아웃 콤비의 재회와 킬링타임의 즐거움


영화를 보다가 반가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됐습니다. 크리스 에반스와 아나 드 아르마스는 이전에 리뷰했던 나이브스 아웃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적이 있습니다. 그때 크리스 에반스는 집안의 골칫거리 손자 랜섬을, 아나 드 아르마스는 간병인 마르타를 연기했죠. 저택의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를 경계하던 두 사람이, 이번에는 연인이 될지도 모르는 사이로 다시 만났다는 게 묘하게 재밌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두 배우의 호흡에는 어색함이 없었습니다. 속사포처럼 주고받는 대사에서도, 눈빛만 주고받는 장면에서도 서로 편한 사이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나이브스 아웃을 본 분이라면 두 사람의 전혀 다른 모습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배우는 스파이 액션 영화 그레이 맨에도 함께 출연한 적이 있어서, 찾아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작품 자체는 깊은 메시지나 쵘쵘한 스토리를 기대하면 아쉬울 수 있습니다. 전개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가고, 몇몇 장면은 조금 억지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킬링타임용으로 꽤 재밌게 봤습니다. 주말 저녁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을 때, 화려한 액션과 가벼운 로맨스를 동시에 즐기기에는 딱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러닝타임도 2시간이 채 되지 않아 부담이 없습니다.

 

마무리
한 줄 평: 역할이 뒤바뀐 두 주인공의 티격태격과 눈호강으로 끝까지 보게 되는 킬링타임 무비.
무거운 영화보다 가볍게 웃고 싶은 날, 액션과 로맨틱 코미디를 한 번에 즐기고 싶은 분께 추천합니다. 나이브스 아웃을 재밌게 보셨다면 두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재미도 더해질 것입니다.